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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6일 (불기 2565년)
천리순례 17일차(경남 밀양: 숙소 → 금천리 → 단장리 → 범도리 → 표충사 숙영지)
밀양 산외면의 새벽. 가랑비가 내린다. 새벽 행선 후 잠시 쉬어가는 시간조차 편치 않다. 지붕 하나 가림막 하나 없는 진흙탕 길바닥 위, 시멘트 턱에 걸터앉아 고스란히 비에 젖는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한 발 앞을 내딛는다. 마지막 삼보사찰인 통도사까지는 비와 추위가 예보돼 있고 사자평이라는 최대 난코스가 남았다. 오전 내 이어진 가랑비와 살갗을 파고든 추위에도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금천리와 단장리를 넘어 오는 내 인도와 차도, 농로를 걷다. 5시간의 행선 끝, 24km를 걸어 도착한 경남 밀양 재약산 표충사.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의 충훈이 깃들어 있다. 본래 절 주변에 대나무가 많아 죽림사라 지었지만 경내에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당 표충사와 표충서원을 옮겨오며 표충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절 안에 사당과 사원을 품고 있어 불교와 유교가 한 데 어우러진 형국으로 불교는 물론 유교까지 품고 가고자 했던 사명대사의 넓은 뜻이 담겨 있다. 빗 속 장시간 정진에도 순례단이 ‘표충사당’부터 찾아 사명대사 정신을 기리며 헌다 한 후 대광전으로 이동, 참배하고 불전하다. 순례가 막바지 이르면서 통도사 본말사 대중도 일찍이 순례단을 맞다. 표충사 입구에서부터 순례단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축하 공연이 열리고, 대광전 앞 회향식 때는 경내 마당이 가득 찰 정도로 환영 인파가 몰리다.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과 전 주지 원산스님을 비롯해 통도사 본말사 스님들이 걸음하고, 포교원장 범해스님이 걷기에 동참하다. 이영경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 민병덕 동국대 이사 등 재가 불자도 자리를 함께 하다. 순례단원 중 한 명인 진오스님이 이끄는 구미 마하이주민지원센터 이주민들도 순례길 마다 응원을 나오다. 김웅 홍제중학교장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순례단에게 학교 체육관을 빌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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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17일차] ① 마지막 고비 넘어…황금 물결 일렁인 사자평에서 위법망구를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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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불기 2565년)
천리순례 12일차(경북 고령: 숙영지 → 덕곡면 →쾌빈리 → 장기리 → 숙영지)
마지막 삼보 사찰 통도사를 향해 나선 길. 비가 쏟아지다. 장시간 행선 속 우의 안 가사는 물론 장삼에 속옷까지, 빗물과 한기가 파고 들다. 물을 잔뜩 머금은 신발은 무거움을 더하다. 젖은 신발 속 상처와 함께 퉁퉁 불어버린 두 발로 힘겹게 빗속을 걸으면서도 얼굴은 평온하고 의연하다. 8개 조 중 맨 뒤 두 번째 대열 제일 앞에서 걷던 회주 스님도 틈틈이 주어진 휴식 시간에 젖은 신발과 비옷을 툴툴 털어버린 채 순례단을 살피다. 중간 지점인 고령군 생활 체육공원에서 휴식. 빗줄기로 회향은 속절 없이 늦어지다. 고령 대가야읍 쾌빈리와 장기리 등 23km 여정. 일일 순례에 대흥사 조실 보선스님이 참가하고, 주호영 국회의원이 3일에 이어 또 참가해 맨발로 빗길을 걷다. 한편, 악천후 속 순례단을 응원하는 동화사 본말사 30개 사찰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고, 회주 의현스님, 주지 능종스님과 대중 200여 명이 환영 인사를 전하다. 은해사 회주 돈명스님, 전등사 회주 장윤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 등도 먼 길을 찾아 순례단을 격려하다. 불국사 성보박물관장 종상스님, 주지 종우스님 등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 스님들도 함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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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11일차] ① 비바람 불어도 꽃길 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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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0일 (불기 2565년)
천리순례 11일차(경남 합천, 경북 고령: 해인사 → 가야면 → 나대리 → 용흥리 → 숙영지)
해인사를 출발, 경북 고령으로 향하다. 주말을 맞아 순례단을 이끄는 회주 스님 뒤로 100여 명 일일참가자를 비롯해 승가와 재가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따르다. 경북 고령 곳곳마다 순례단 입성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팔공총림 동화사 본말사 스님과 신도들이 응원을 나오다. 불교신문 사장 현법스님과 불교신문, 법보신문, 현대불교 등 교계 언론 종사자들을 비롯해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직원 등이 동참하다. 순례단은 이날 22km 걷기 일정을 회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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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10일차] 245km 걸어 박수와 환호 속 경북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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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9일 (불기 2565년)
천리순례 10일차(경남 거창, 합천: 숙소 → 성기리 → 매안리 → 해인사 소리길 → 숙영지)
천리순례 절반을 넘어 가야산 해인사로 향하다. 순례단은 9일 동안 순천, 곡성, 구례, 남원, 함양, 거창, 합천 등 223km를 걸어오다. 동이 트기 전 거창을 출발해 가야천에서 이어지는 홍류동 계곡을 지나 해인사가 있는 소리길에 들어서다. 곳곳에는 순례단의 해인사 입성을 축하하는 응원 현수막이 걸리다. ‘국민에게 사색과 희망의 공간을 열어 갑시다’ ‘부처님과 새 인연이 맺어지도록 노력하십니다’ ‘불교 중흥의 원력을 바로세우는 삼보사찰 천리순례’ ‘구법의 천리길, 해인사 사부대중이 응원합니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대중들과 소리길 입구까지 마중을 나오다. 회주 스님은 “현수막을 보고 지친 발걸음에도 힘이 솟았다”며,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현응스님의 응원에 감사를 전한다. 순례단은 6시간 동안 27km를 걸어 해인사에 이르다. 해인사는 부처님 말씀을 새긴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이다. 고려 현종이 거란의 침입을 받아 국난을 극복하고자 초조대장경을 만들었으나 전란으로 불타 없어진 후 고려 고종이 목판 8만1258판에 달하는 지금의 팔만대장경을 다시 만들었다. 팔만대장경은 800여 년이 지났음에도 그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나 국보로 지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해인사에 닿은 순례단과 해인사 대중 200여 명은 대적광전 앞 꽃으로 장엄된 화엄일승법계도를 따라 걷고,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판전에 도착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대장경을 보며 참배 기회를 갖다. 현응스님과 해인사 사부대중은 순례단 공양을 비롯해 경내를 개방, 잠자리와 샤워실 등을 제공하다. 순례단은 해인사 경내 운동장에 텐트를 치다. 회주 스님은 현응스님에게 감사 의미로 상월선원 만행결사 상징인 장군 죽비를 내리다. 현응스님은 죽비를 세 번 치며 “첫 번째 죽비는 순례단에 대한 진심어린 환영 인사와 함께 해인사 대중이 단 하루라도 불편 없이 잘 외호하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두 번째 죽비는 스님은 자비의 법성을 재가 신도는 이고득락을 성취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세번째 죽비는 423km를 걸으며 삼보사찰의 긴 여정을 순례하는 이 공덕이 이 사회에 회향돼 국민이 평안하고 나라가 태평하게되길 바라는 의미”라고 말하다.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은 법어를 내려 “천리순례단이 순례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부처님법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사부대중이 자연 속에서 함께 수행하고 점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모두가 부처의 삶, 지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혼자가 아닌 대중의 힘으로 이 공덕이 일체중생에게 회향할 수 있도록 하자”고 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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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9일차] 가야산에 이르러 해인삼매(海印三昧)에 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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